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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외여행

[카자흐 일주] 1일차 - 출발

by Adriatico 2010. 6. 23.

2010년 5월 20일 목요일 날씨 맑음

카자흐스탄에서 발 딛고 산지도 반년이 넘었다. 그래서 방학을 맞아 카자흐 일주를 계획했다.

처음 계획은 기차로만 이동하는 것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사무소에서 기간을 줄일 것을 요구하여
비행기로 3회 이동하게 되면서 일정이 대폭 줄었다.

첫 목적지는 크즐오르다 Кызылорда 이다. 크즐오르다는 KOV 동기인 Y가 근무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번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 E의 집으로 가 함께 알마티 2번 기차역으로 향했다.

2번 기차역은 유럽풍의 석재 건물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알마티 2번 기차역>

대합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짐들은 1인당 2개 이상의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간편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잠시 대합실 내 풍경을 담고 싶어 E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역무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 촬영 금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를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매표소는 5곳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의 기차역처럼 자동 발권기는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출발 3일 전 시내 한 여행사에서 200 텡게(한화 약 1,6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예매를 해 놓았다. 나처럼 현지어가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기차역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다면 어김없이 매표원의 한숨과 화난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역 내부는 한국의 대도시 역사보다 작았다. 그래도 벽면엔 전광판이 있어 목적지별 기차번호와 플랫폼에 들어오는 시간, 출발시간 등이 표시되었다. 우리가 탈 기차는 악타우 Актау 로 가는 완행열차이다. 크즐오르다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7시간, 선로 거리로는 1,286Km의 장거리이다.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와 기차를 타기 위해 안으로 이동했다. 한국처럼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위해 육교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선로에 내려서서 옆에 있는 플랫폼으로 걸어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 위치를 나타내는 어떤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단지 기차 외부에 출발지-목적지가 써있는 표지판을 보고 자신이 타야할 기차를 찾는 것이다. 기차는 파란색의 외관을 가진 러시아제 구형 기차였다. 시설은 조금 오래되었지만 나름 편하고 괜찮다.

이곳의 기차들은 장거리 이동이 기본이기에 대부분이 침대칸이다. 따라서 기차의 구성은 20량이 넘는다. 기차 좌석 등급은 크게 4가지이다. 2인실 люкс, 4인실 купе, 6인실 плацкарт, 그리고 일반석 общий. 2인실과 4인실만 문이 있고 6인실은 문이 없다. 객실이 침대칸이어서 기차표에는 개인 이름이 적혀있다. 기차에 오를 때 차장에게 기차표와 함께 신분증을 제출해야한다. 본인 표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기차에 올라 우리의 객실을 찾아가 짐을 수납공간에 넣었다. 우리의 자리는 4인실의 2층 이었다. 1층 침대는 악타우가 집인 현지인 학생들이 주인이었다. 처음 만나 간단한 인사와 몇 마디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각자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차장이 객실들을 돌아다니며 1인당 침대 시트 2장, 배개 덮개 1장 그리고 수건 1장을 나눠줬다. 지급 받은 물건들은 기차에서 내리기 전 정리하여 차장에게 반납하고 자신의 자리는 처음 상태로 정돈해 놓고 내리는 것이 예의다.

출발 시간이 되자 기차가 천천히 기차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발이다!

천천히 알마티 시내를 벗어나던 기차는 약 8Km를 이동하고 정차했다. 이곳이 어디지? 하고 창밖을 내다보니 알마티 시 외곽에 위치한 알마티 1번 기차역이었다. 2번 기차역을 출발할 때 빈 객실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곳에서 타는 사람들이 그 곳을 채웠다. 1번 기차역에서 15분을 정차하고 다시 출발했다. 알마티 시를 온전히 벗어나자 진행 방향을 보고 왼편으로 지평선 끝에 만년설이 있는 큰 산맥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작은 산 하나 없는 평야가 끝없이 이어져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아! 이런 것이 지평선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60 ~ 80Km로 달리는 기차는 100 여 Km를 달리고 10 ~ 20분의 휴식을 갖는다. 휴식을 취하는 기차역 플랫폼엔 갖가지 음료와 과일, 음식 등을 파는 상인들이 여행객을 맞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스텝지역을 보며 감탄사를 낸지 2시간. 계속되는 스텝 지역에 이젠 지쳤다. 객실에 들어와 내 자리에 누워 쉬었다 복도로 나와 창밖을 보는 일이 전부였다.

<스텝 지역>



※ 악타우는 카스피 해 연안도시로 구 소비에트 시절 아무것도 없는 곳에 단지 소비에트 엘리트들의 휴가를 위한 휴양지로 억지로 개발된 도시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시인 타라스 그리고리예비치 세브첸코 Тарас Григорьевич Шевченко가 유배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석유 개발 열풍과 함께 오일 컴퍼니들이 몰려들어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