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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카자흐 생활

정전

by Adriatico 2010. 1. 30.

1월 19일 저녁 9시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내가 사는 블럭이 정전인가 싶어 창밖을 보니 멀쩡하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복도에 등이 밝혀져 있다.
내가 사는 집만 정전이었다.
계량기와 차단기가 있는 곳을 확인해 보았다.

위 사진과 같이 일명 '두꺼비'라 불리는 차단기와 계량기가 같이 있다.
위쪽을 열면 차단기가 있고, 아래쪽은 집별 계량기다.
차단기는 구형이었다.

전구 소캣 같은 곳에 퓨즈가 있다. 퓨즈도 구형이어서 구리선이 닳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는 내 쁘롭끼(пробкее / fuze) 구리선이 다 닳아 없어졌다는 것. ㅡㅡ;;

그래서 옆집 문을 두들기고 과감히 도움을 청했다.
도움을 요청할 때 필요한 말은 단 하나!

не света! (정전)

옆집 남자는 내 쁘롭끼 구리선이 다 닳아 없어졌으니 구리선을 감아야 한다고 했다. 나에게 구리선이 있냐는 물음. 당연 우리집에 구리선은 없다.
없다고 대답하니 남자는 그럼 내일 아침에 마가진(작은 가게)이나 바자르(재래시장)에 가서 사야 한다고 말해주고는 본인의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집에 세탁기가 돌아가던 중 이었다고 ㅡㅡ;;

결국 나는 쁘롭끼를 들고 문이 열린 마가진을 찾아나섰다.
여기는 한국과 달리 왠만한 상점들은 저녁 8시에 문을 닫고 레스토랑이나 펍, 서양식 카페만이 11시, 12시까지 영업을 할 뿐이다.
무작정 불이 켜진 상점을 찾았다.
길을 걷다 한 슈퍼마켓의 불이 밝혀진 것을 보고 들어갔다.
여자 점원에게 물으니 없단다.
상심한 나는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친절한 매니저 아저씨께서 나에게
"정전이야?" 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응!" 이라 대답했고 아저씨는 자신이 손수 창고에서 남는 전선을 찾아
피복을 벗기고 내 쁘롭끼에 감아주셨다.

작업을 하며 나에게 물어본 첫 대답은 카작 어디를 가나 항상 처음에 듣는 질문이었다.

너 어디에서 왔니? 또는 나라 이름으로 물어본다.
대부분 사람들은 "중국인?" 이라고 먼저 물어본다. 역시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 많구나;;
그러나 아저씨는
"한국인?"
이라고 물어보셨다.
기쁜 마음에 나는
"응"
이라 대답했고, 아저씨는 이어 드라마 '주몽'을 아느냐고 물어보셨다. 당연히 한국 드라마이고 높은 국내 시청률까지 자랑한 드라마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나는 시청한 적이 없다.;;
"응, 알아"
라고 대답했고 아저씨는
"'주몽' 주인공 이름이 뭔지 알려 줄래?"
라고 물었다. 난 또박또박 한글자 한글자 말해 주었다. 아저씨는 고맙다고 씩 웃으시곤 작업을 마치셨다.
친절하게 쁘롭끼를 소캣에 이렇게 돌리면 집에 짠~ 하고 불이 들어올거라고 말해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나는 '발쇼이 쓰바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나오는 길에 슈퍼마켓이니까 감사의 뜻으로 사과주스(1L) 하나를 사서 나왔다.


(※ 현재 카자흐스탄 방송-방송국 이름이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 시대물 드라마(주몽, 해신, 선덕여왕 등등)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워낙 인기가 좋아 한 편이 끝나면 바로 다른 드라마가 방송이 된다. 그리고 방송 예정 드라마가 많이 대기하고 있다. '주몽'의 경우 카자흐스탄_알마티(도시) 방송에서 인기가 좋아 카자흐스탄_끄즐오르다(도시) 에서도 방영이 되고 있단다.)

아저씨가 구리선을 감아준 쁘롭끼를 가져와 집에서 소캣에 넣었더니 정말 짠~ 하고 전기가 들어왔다.

카작에서 이렇게 친절한 사람 만난거 처음이야..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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